TO.렌페님께~
요이치가 바라보는 세상은 겨울에서 멈췄다… 나에게 있어 가족은 미카엘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구렌과 시노아 미츠바 시호 그리고 요이치도 가족이라고 불렀지만, 그 녀석들은 그저 ‘동료’에 불과했다. 적어도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내가 그때 그 녀석들을 조금 더 생각했더라면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요이치의 세상은 아름다운 색깔로 물 들이고 있겠지 나 때문에 녀석의 눈엔 다시는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 찾아오지 않는다. 에메랄드 보석처럼 봄의 피는 새싹처럼 푸르고 푸른 녹색의 눈동자를 빛나던 요이치의 눈에는 더는 녹색이 빛나지 않았다. 나만 바라보고 나를 향해 눈웃음을 치던 그 아름다운 눈동자는 차디찬 눈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바보 같은 그 녀석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귀족도 아닌 그저 쓰레기에 불과 하는 흡혈귀에게 그의 세상은 새 하얀 눈 위로 뚝 뚝 떨어지는 붉은 꽃과 함께 너무나도 깊고 깊은 차가운 눈 속으로 퍼져나갔다. ‘요이치-!!!!!’ ‘유, 유우! 나, 나는 괜…괜찮아. 유우도 괜, 괜찮…’ ‘입 다물어. 요이치 정신 차리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시발… 죽지는 말아줘! 어?!’ ‘유우씨 뭐합니까?! 당장 후퇴하세요! 요이치군을 업고 당장 철수합니다! 이 이상 무리입니다! 명령이에요! 햐쿠야 유이치로씨-!!!’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는 흡혈귀가 피를 흘리며 눈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후였다. 그리고 나의 거세게 뺨을 때리는 구렌이 서있었다. ‘아프다.’ 라는 느낌 보다는 나를 향해 달려오던 요이치가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렸다. 아아, 요이치 나 때문에 부상을 당했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을 띄우던 녀석의 눈이 빨갛게 변해버리는 장면이 보이자 구렌에게로 몸이 점점 기울어져 버린다. 구렌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려오지 않는다. 숨이 점점 가빠진다. 요이치가 나 때문에 나 하나 때문에 나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 몸을 희생했다. 눈이 감기자 요이치가 당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내 눈에서 재생이 되어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간다라는 말이 맞을까… 새하얀 얼굴에 투명한 눈물이 아닌 붉은 피를 흘리며 피를 뿜으면서도 내 걱정하다가 쓰러지는 요이치를 그저 멍하게 바라보는 나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 녀석은 바보다. 아아, 나보다 더 바보다. 맞아. 멍청하고 공부는 나보다 우월했지만 나 밖에 모르는 바보다. 나의 친구이자 내 심장을 두근두근 거리게 이상한 기분으로 만들어버렸던 그 녀석이 내 눈 앞에서 먼지처럼 멀어져간다. 힘겹게 요이치를 향해 손을 뻗자 세상의 빛이 나타났다. “미안해… 요이치 정말로” “유, 유우야? 유우 온거야? 유우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유우가 안 보여…” “정말로 미안해. 요이치… 진짜로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내가, 내가… 정말로 내가” “어? 아니야. 유우 우, 울어? 목소리가 우는 목소리 같아. 유우 나 진짜로 괜찮아. 다행이다. 유우 손이 따뜻해서 다행이야. 정말로 나 하나라도 유우를 지킬 수 있어서 정말로 너무나도 기뻐. 유우. 그러니까 울지는 말아줘. 응? 아 지금 내가 앞이 잘 안 보여서 유우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잘 몰라… 만약에 웃고 있다면 진짜로 미안…” “뭐가 미안해! 뭐가! 왜 니가 나를 걱정하는데?! 어?! 나 때문에 너 지금 이렇게 망가졌잖아!!! 바보는 너라고!!” 화가 난다. 화를 내면 안되는데 자꾸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 요이치는 정말로 바보다. 왜 요이치가 나에게 사과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웃어야하는지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 정말로 요이치는 왜 이렇게 나를 아프게 만드는 걸까. 녀석은 첫 만남부터 바보같이 웃기만 하고 어디서 얻어터져도 푸른 봄을 빛내는 눈빛을 보이며 달려왔다. 마지막까지도 그의 눈은 푸른 봄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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